한국김, 日보다 최소 1200년 앞서 등장… 아시아 넘어 歐美서도 성공적 안착

▲ 보기만 해도 따끈한 밥 한공기가 생각나는 한국의 조미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김. 영어로 ‘김(Gim)’, 일본어로 ‘노리(のり)’라 불리는 이 홍조식물 수출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 김 중 단연 최고품질로 인정받는 한국김 수출량이 작년 3억5천만달러(약 3780억원)를 달성한 가운데 이제는 ‘1조원 수출’도 불가능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6일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024년까지 ‘김 수출 1조원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류바람을 타고 해조류 섭취를 금기시하던 서구권에서도 ‘한국김 열풍’이 불면서 수출이 매년 급증한데 따른 자신감이다.


국내 김 수출량은 2016년 3억5천만달러에서 올해 약 5억달러(약 5400억원)까지 늘어났다. 유명 헐리웃 배우 휴 잭맨의 딸이 김을 간식으로 먹는 모습이 공개되는 등 서구권의 ‘한국김 사랑’은 이미 보편적 현상이 됐다. 명칭부터 아예 ‘Gim(김)’ ‘Gim-gui(김구이)’ 등 한국식으로 표기할 정도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세계인의 식탁으로 진출한 김. 본 기획에서는 한국김의 지난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1조 수출시대 달성’ 가능성을 진단하고자 한다.


▲ 바다에서 건져낸 김 말리기에 한창인 어민들.


‘김 요리’의 발상지, 한국


한국은 전세계 ‘김 요리’의 발상지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21대 왕인 소지마립간(재위 479~500년) 시절에 이미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와 함께 주요 김 소비국인 일본에서조차도 18세기 초중반 에도(江戶)시대에 이르러서야 김이 기록에 최초로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최소 1200년 앞서 김을 먹거리로 삼기 시작한 셈이다.


‘김’이라는 명칭은 1640년 최초로 김 양식에 성공한 김여익(1606~1660) 선생의 성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전남 광양에는 현재 그가 처음 김을 양식했던 곳인 김 시식지(始殖址)가 있다. 전남도는 이곳을 기념물 제113호로 지정하고 관리 중이다.


최초의 발상지답게 한국김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김은 여느 아이돌그룹을 능가하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공항 등에서는 양손 가득 한국김을 바리바리 싸들고 출국하는 일본인들 모습을 찾기 어렵지 않다.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한국김이라는 말도 있다.


일본인들의 유별난 한국김 사랑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대한항공 A380기의 독도 시범비행 항의차 2011년 8월 울릉도 입국을 위해 기세등등히 한국을 방문했다가 우리 정부의 입국거부로 출국한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등 자민당 의원들은 자국에서 엄청난 비웃음거리가 되어야 했다.


다름아닌 출국장에서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한국김이 들려져 있었던 것.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한국 식민지 근대화론’ 등 황당한 주장을 펼치던 일본 극우정치인들의 마음마저 녹여버린 것은 바로 ‘밥도둑’ 한국김이었다.


▲ 헐리웃 배우 휴 잭맨과 한국김 삼매경에 빠진 딸 에바(사진=KBS 캡처).


한국김, 美 식탁서 정크푸드를 몰아내다


한국김의 명성은 급기야 태평양을 넘어 미국에까지 도달했다. 햄버거, 포테이토칩 등 기름지고 건강에 해로운 정크푸드(junk food)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인들에게 고소하고 짭짤하면서도 건강에 유익한 김은 가히 ‘문화충격’이었다.


사실 서구권에서 김 등 해조류는 영국 웨일즈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축도 안 먹는’ 식재료로 인식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잡힌 미군들에게 식사로 ‘불에 태운 검은 종이’가 나오자 이같은 ‘인권유린’에 집단항의했다는 소문도 있다. ‘불에 태운 검은 종이’는 물론 김이다. 김을 처음 보는 그들로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한국 조미김이 점차 알려지면서 반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와 달리 미국인들은 조미김을 스낵류로 분류하며 밥반찬이 아닌 간식으로 삼고 있다. 헐리웃 내 대표적 친한(親韓)인사인 휴 잭맨은 물론 많은 현지인들이 월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주당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한국 조미김의 인기는 정상급이다. 맥주나 보드카와 짭쪼름한 김의 궁합이 의외로 좋다는 반응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과 태국 등 동남아에서도 한국김의 저변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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